라이프스타일/일상

정든 와인병을 정리하며..와인병은 왜 이쁜가?

AI 동키 2022. 4. 1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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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술 병에 집착하는가?
술 병에 대한 미련한 애착에 대해 고찰해본다.


나는 왜 술 병에 집착하는가?

술 병은 참 이쁘기 때문이다.
특히 위스키와 와인병은 정말 이쁘다.

먹기 좋은떡이 맛도 좋다고, 라벨이 이쁜 와인이 맛도 좋다. 그래서 같은 값이면 라벨이 예쁜걸 고르게 된다.

각기 다른 병 모양, 색깔, 두께, 라벨지의 디자인까지, 같은게 하나도 없다. 마트에서 와인병만 구경해도 세계여행을 하는 것 같다.

술 병의 디자인은 상업적인 다자인이라기보다 와이너리나 증류소의 역사와 맛에 대한 자존심을 담는 디자인이라 더 특별하다. 환타나 콜라처럼 강렬한 탄산의 맛, 청량한 맛을 디자인에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있다.


MATSU
마츠는 기다림이라는 뜻의 일본어다.
토로지역의 와인으로 실제로 90년 이상 고목의 포도나무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이 마츠 와인 라인업 모두 라벨지 전면에 사람의 얼굴이 들어간다. 청년, 중년, 노인 순으로 인간의 연령대와 와인의 특성을 매칭하여 표현했다. 실제로 나이대별로 90년, 90-100년, 100년 이상 나무에서 나는 포도로 구분하여 와인을 생산한다.

  "EL RECIO" 엘 레시오는 그 중간의 중년남성 라벨을 갖고있다. 스페인어로 근육이라는 뜻으로 강인하고 건장한, 을 의미한다.
청년 중년 노인의 와인을 보며 그 맛을 상상하게 된다.
청년의 미성숙하고 호기심 가득한 와일드함
중년의 성숙하면서 깊으면서 고집 쎈
노년의 오래되고 여운이 남으며 뭔가 쾌쾌한

이런 맛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상상이 된다는거지.
이런 눈에서 두뇌로 이어지는 시각화는 역으로 미각과 후각으로 연결되어 와인의 맛과 향을 배가 시키는게 아닐까.

순서를 거꾸로 가보자.
와인을 만들었더니 강인한 맛이 나는군! 이 와인이름을 근육으로 정하자!
그럼 라벨지 디자인은 어떻게하지?
우리 역사적인 와이너리이서 생산하는 세가지 와인을 어떻게하면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기다림이라는 일본어를 찾고
사람이 들어가는 사진을 심플하게 넣자고, 근데 그 사람이 와이너리의 농부라면 좋을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적당한 의상을 생각해서 사진을 찍고 라벨지 전면에 클래식한 구성이 아닌 사진만 들어가는 디자인을 과감하게 선택한 결단. 이 모든 과정이 이 병에 들어가 있다.





병 하나를 생산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았을 것이다. 와이너리 대표, 디자이너, 사업기획자, 와인생산지역 관계자들 등 많은 전문가들의 고민과 고민 끝에 탄생한 병들인 것이다.

병 하나에 담긴 정성과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 세대에 우리가 손쉽게 편의점에서도 전세계 각국의 와인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특권은 정말 특별하다. 자유무역협정이란건 정말 대단한 것이라구!



이사를 가며 정든 와인병들을 처분한다.
마음같아선 창고 같은대다가 내가 먹은 모든 와인이나 위스키병들을 모조리 간직하고 싶다. 창고가 없으니 블로그에 라도..주섬주섬


사실 이 병들도 버리고 또 버리고 하며 경쟁을 이겨낸 아이들이다. 그만큼 맛도 좋고 이뻤던 병들 ㅋㅋ

이젠 너낼 보내줘야겠다.

근데 아직 너넬 왜 버려야하는진 모르겠다.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다.
버릴 이유를 모르겠다.
이건 아마도 저장강박증인가보다.

버려야 또 새로운 술이 들어온다고 믿자.
더 좋은 술을 만나기 위해 너흴 보내준다고 일단은 생각해 본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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