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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여행 이야기

2023년8월 4번째 발리를 가다_추억 회상과 계획편(feat.우붓, 짱구, 울루와투)

by AI 동키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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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초년생 때, 친구와 처음 발리를 갔었다. 한강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는데, 친구가 "우리 서핑 한번 해볼까?" 라고 했을때만해도 서핑하면 제일 처음 생각나는 곳은 캘리포니아 해변이었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서핑이라니, 너무 멋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Jack Johnson

  그 때만해도 어쿠스틱 기타 치는게 취미였던 나는 Jack Johnson이라는 가수를 좋아했었는데, 그는 캘리포니아 해변을 누비는 프로서퍼이자 해변에서 어쿠스틱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인데, 나는 그의 자유로운 삶을 무척 동경했었다. 서핑을 하려면 캘리포니아로 가야되는거 아니야? 하며 검색을 하다가 의외로 발리가 서핑의 성지라는 글을 우연히 보게되었고, 우리는 그 날 저녁 바로 발리행 티켓을 예매했다. 그 때만하더라도 발리 하면 몰디브 같은 비싼 신혼여행지, 패키지 여행지라는 인식이 강했고, 남자끼리 발리에 간다고 하면 다들 발리에 남자랑 가서 뭐하냐? 는 질문을 했던 시절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발리 자유여행이 일반적이어 진 것 같아서, 역시 내가 한발 앞서 갔음에 뿌듯하기도 하고, 나만의 천국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 아쉽기도 하다. 

Jack Johnson

  2013년 발리를 처음 갔을 때를 회상해 본다. 꾸따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6만원짜리 호텔을 예약했고, 어떤 블로그를 통해 Wayan 이라는 개인 서핑 강사의 연락처를 알게되어 1주일동안 우리를 Surf Warrior로 만들어 달라고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해놓고, 무작정 2주일간의 서핑트립을 떠났었다.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해변으로 달려가 정말 Surf Warrior가 되려고 작정하고 노을 질 때까지 서핑에만 매달렸었고, 해가 지면 근처 바에서 술 한잔하고 9시 10시만 되면 잠들고 또 해가 뜨면 해변으로 달려나가고를 거의 2주동안 반복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무슨 서핑 성장 드라마 같은 장면 처럼 추억 보정이 된 그림이 떠오른다. 

Bali surfing

  그 여행을 계기로 나는 몇 년간 서핑에 푹 빠져버렸고, 발리에도 푹 빠져버렸다. 회사에 앉아있을 때도 파도를 가르던 그 짜릿함이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이야 서핑하면 양양이라고 다들 알고있지만, 그 때만 하더라도 한국은 서핑 불모지였다. 아주 매니아 층들이 아니면 서핑을 몰랐고, 한국에서 서핑을 할 수 있어?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서핑을 하던 나와 내 친구는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좀 더 취했던 것 같다. 가끔 추억으로 우리가 한국 서핑 1세대였다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에 딱 두 개 있던 만리포, 양양에 서핑샵을 주말마다 다녔고, 그 이듬해에도 친구와 함께 발리로 서핑 전지훈련을 떠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거의 Jack Johnson이 될 뻔 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해에 회사 일을 계기로 해외 장기 근무를 하게되는 바람에 그 흐름이 끊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 3-4년 뒤에 친한 형을 데리고 발리를 한번 더 갔었고, 5년이 더 흐른 이번이 네번째가 되는 것이다. 창고에는 아직 그 당시에 신나게 타던 서핑보드 두 개가 썩고있는데 마음 한켠이 아프다.

꾸따 해변

 

서핑의 성지 양양

  어느 해부터 한국에 서핑 인구가 늘기 시작하더니, 돈 냄새를 맡은 사람들과 대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서핑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되었고, 양양은 서핑의 성지가 되었다. 서핑 컬쳐의 힙함, 다이나믹함, 특별함이 대기업들의 마케팅 키워드가 되면서 엄청난 자금이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여름 옷에는 서핑이라는 단어나 일러스트가 안들어가면 큰일날 것처럼 모든 브랜드의 옷에는 서핑이 들어갔고, 티비광고도 서핑으로 가득 찼다. 전국민을 상대로 이래도 서핑 안해?! 라고 가스라이팅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서핑이라는 키워드가 대중적 마케팅에 소모되는게 좀 아쉬웠고, 대중화라는게 우리 같은 특별함 중독자에게는 독이기에 한국에서의 서핑은 매력도가 많이 떨어지긴 했다. 그리고 실제 양양은 아래의 사진 처럼 잔잔한 호수 위에 서핑보드들이 잔뜩 떠다니는 광경을 자주 연출하고 있다. 대중화가 되고나서 양양에서 서핑을 접한 친구들은, "서핑 별로 재미없던데??" 라며 파도 없는 서핑을 경험하곤 실망하곤 했다. 서핑 1세대(?)에겐 실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양양은 서핑의 성지?!?

 

 

이번 여행에서는

  이번 여행에서는 서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첫번째 이유는  체력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서핑은 파도를 뚫고 가야 파도를 탈 수 있기 때문에 근력과 지구력이 상당히 강해야 되는 운동인데, 요즘 라이프스타일이 근력, 지구력과는 거리가 있다보니, 어려울 것 같아서고, 두번째 이유는 함께가게 될 동행자인 와이프에게는 발리가 처음이기 때문에 와이프 위주의 계획을 세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발리에 세번이나 가는 동안 우붓을 가본 적이 없다. 우붓은 나중에 여자친구나 와이프와 함께 가야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이번이 바로 그 여행이다. 사실 발리는 서핑 이외에도 그들만의 특별한 문화, 친절, 음식, 자연, 바이브 등 엄청난 매력을 갖고있는 섬이다.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즐겨 보려고 한다.

우붓의 계단식 논

  대략 계획을 세워봤는데, MBTI가 ENFP인 나는 호텔 예약하고 무작정 떠나는 스타일임에도, J인 와이프를 따라 계획을 열심히 세워보았지만 결국 P의 계획일 뿐이다. 많은 고심 끝에 이번 여행의 큼지막한 일정을 우붓 2박, 짱구 2박, 울루와투 1박으로 일정을 정했다. 이번에는 꾸따를 가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짱구에서의 서핑 구경이나 맛보기 체험으로 욕구를 체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우붓이 영어로 Ubud이라 쓰이기 때문에 우붇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우붓이라고 해야겠다.

 

발리 5박 7일 여행 일정

DAY 1 ~ 3

  우붓에서는 첫날 밤 11시에 도착하면 숙소로 가지 않고 곧바로 바투르 화산 지프투어*를 갈 생각이다. 아마도 피곤하겠지만,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바투르산, 검은용암, 산 위의 카페를 즐기고 내려와서 마사지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숙소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우붓 시내에서 인도네시아 첫 디너를 즐길 것이다.

*지프투어는 인스타그램에서 에이전시를 찾아서 whatsapp으로 예약했다. 결국 개인 드라이버가 붙게 되기 때문에 코스를 원하는대로 커스텀할 수 있는 것 같고, 어느정도 네고가 되는 것 같다. 확실히 현지에서 예약하는 것 보다는 훨씬 비싸게 느껴진다. 

다음날은 유명한 "크래티야" 라는 곳에 오픈런으로 뛰어가서 정글에서의 수영을 즐기려고 한다. "더카욘 정글"이라는 어마무시한 리조트가 있는데, 거긴 신혼여행이 아닌 우리가 가기엔 너무 비싸서, 대체제로 가는 곳이라고 한다. 아주 기대가 된다. 오후에는 계단식 논 구경도 하고, 사원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자.

CRETYA UBUD

셋날에는 오전에 쿠킹클래스나 폭포 투어를 갔다가 짱구로 이동하게 된다. 짱구 거리도 구경하고, 비치클럽에서 놀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자.

발리 5박 7일 여행 계획

DAY 3 ~ 5

  짱구 해변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짱구는 리프 브레이크(산호초 바닥)로 알고있는데, 서핑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해변가에 느긋이 앉아서 빙땅도 원없이 마시고, 미고랭도 후루룩 먹고 노을도 보며 하루를 즐겨보기로 했다. 

DAY 5 ~ 7

  울루와투 래디슨블루를 예약했다. 좋은 숙소에서 좋은 뷰와 함께 럭셔리함을 만끽하고, 빠당빠당 해변, 울루와투 사원등을 구경하면 좋을 것 같다. 근처에 재밌는 식당이나 카페도 많은 것 같아서 구경거리가 한 가득일 것 같다.

 


  여기 까지 계획이 여행 이틀을 앞둔 시점의 계획이며,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ENFP 남편을 보는 J 와이프는 지금도 갈 곳, 맛 집 리스트를 만들고 있겠지? 팀워크가 아주 좋다. 와이프와 떠나는 4번째 발리 여행이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즐겁고 안전하게 놀다 돌아올 수 있길 기대하며, 오늘의 글은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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